"아이고, 창피해서 이번 구정에는 친정집에 오지 말라고 했다. 명절 앞두고 승강기 운행 중단을 시키면 택배며 장을 본 거며 이 노인네가 어떻게 13층을 올라가노"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H 아파트 단지 승강기 17개 전체가 명절을 앞둔 5일부터 행정안전부 안전 검사에서 불합격 처분을 받아 운행이 중단되면서 고층을 계단으로 오르 내리는 불편을 겪는 등 입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지자체인 수원특례시가 이 아파트 운행 중지 당일 승강기 안전 공단(행안부가 위탁)으로부터 운행금지 처분 공문을 받으면서 뒤늦게 사실을 접하게 돼 명절을 앞둔 시점에 입주민들의 안전 등 대책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승강기 운행이 중단된 아파트 현장을 방문한 8일 오전 단지 1층 승강기에는 '승강기 운행금지' 글이 적힌 노란 종이가 붙어 있었고, 10여 개의 택배 물품이 바닥에 방치된 채 놓여 있었다. 택배기사가 고층을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70세가 넘은 한 어르신은 장바구니를 들고 "명절이나 지나서 정지하지...우리 사정은 하나도 안 봐주고 매정하다 매정해"라며 거친 호흡을 내쉬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1994년 입주 후 12~13층 6개 동에 664가구 1,3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5일 행안부의 위탁을 받은 승강기안전공단(이하 공단) 강원경기지부로부터 7대 안전장치 부착 미이행으로 '승강기 안전검사 합격할 때까지 운행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미 공단은 20년 10일 3차 안전 검사 때 주민의 동의를 받아 지난해 10월까지 조건부 연기 승인을 내리는 데 이어 지난 3일까지 승강기 교체 연장 이행을 촉구했었다.
그러나 주민 간 아파트 운영에 대한 견해차와 관리주체인 H사 소장과 주민 간 소송 등으로 인해 입주자대책위 구성이 지연되고 지속적인 승강기 계약 유찰로 승강기 교체 기간을 넘기게 됐다.
문제는 입주민 가운데 200명 가까운 노인과 21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17평 형도 있어 특성상 1일 가구가 다수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층을 오르내리면서 응급환자 발생 등 안전상의 문제뿐 아니라 대부분 상가 문을 닫는 명절에는 음식 수급의 어려움 등 명절 택배, 배달 대란이 진행되고 있다. 택배기사와 배달 기사들이 고층의 경우 운반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원시는 연휴 기간 공무원 1명이 매일 현장에 출장방문을 통해 엘리베이터 운행 여부만을 확인하고 응급환자 발생 상황 동향만을 파악하는 등 소극적 수준의 대처방안만 수립한 상태다.
다수의 입주민은 "승강기 교체 문제로 입주민들이 싸움이 이어지고 있어 언제 승강기가 설치될지 걱정이 앞선다"라며 "더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관계기관과 입주민들이 힘을 모아 승강기 설치가 빨리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는 "이미 몇 년 동안 승강기 교체 연장 이행을 촉구했던 사항이며 입주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법에 따라 절차대로 최종 조치한 사항"이라고 운행중지에 대해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입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어 입주민들과 함께 승강기안전공단을 찾아가 승강기 운행을 요청했다"며 "다각적인 방면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아파트에서 승강기 교체 업체 공고를 다시 한 만큼 이번에는 입찰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기뉴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