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인터뷰]전경원 경기도청 자문관, "IB 한계를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입시 현실이 가혹하다"2019년 대구,제주시교육청 IB 도입 당시 반대입장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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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경기도의회 행정 감사에서 '임태희 핵심 공약인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IB 교육 추진에 대해 "타당성 조사 없이 로얄티까지 지급하며, 교육의 권리까지 포기하는 것은 문제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결국 추경에서 IB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이러한 질타는 2019년 대구광역시교육청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IB 도입 발표 당시에도 있었다.
바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다.
전교조는 이 당시 "국제 바칼로레아 공교육 도입에 반대합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국가 차원에서 추진했던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막았던 것처럼 IB 교육을 막아내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교육공동체뿐 아니라 시의회, 시민 사회에서 IB에 대한 개념조차 몰랐던 상황에서 이러한 반대는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쳤었고 두 교육청은 IB 교육을 도입, 현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 당시 맨 앞에서 강력하게 반대의 소리를 높였던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전경원 소장.
'경기뉴스미디어'는 전경원 소장이 IB 교육을 반대한 이유를 취재하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경기도청 교육협력과 자문관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전경원 자문관은 "IB의 한계점을 학생 개인이나 학부모가 감당하라고 하기에는 우리나라 입시 현실에서는 가혹하다"며 경기도교육청의 IB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전경원 자문관과의 일문일답.
◆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등에서 IB 교육을 도입할 당시 반대했었다. 그 이유는?
IB 교육이 태동하게 된 배경 자체가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과 어긋난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IB 교육은 외교관의 자녀나 상사 주재원 자녀들이 해외에서 오랜 기간 생활해야 할 때 학습 결핍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만든 제도로 여러 나라로 이동해도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게 하는 국제 교육이다.
그런 차원에서 생겨난 제도를 교육청에서 IB를 공교육 체제 속에 도입해서 서술형 논술형 평가를 대체하면 된다고 말하는 그 출발부터 대상자에 대한 것까지도 맞지 않는 대단히 비교육적인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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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은 꾸준히 변화 발전하고 있고 IB 교육을 뛰어넘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교육부는 9일 '2022 교육개정안(초중등학교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각론뿐 아니라 총론까지 대대적으로 개정한 것이다.
2022 교육과정은 서술형하고 논술형 출제를 전제로 개편되는 교육과정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자체 교육과정이 자생적으로 논술형, 서술형으로 가고 있는데 왜 굳이 로열티까지 내면서 IB 교육을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형 바칼로레아 형식이 이미 KB 즉 한국형 바칼로레아 교육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말이다.
◆ IB 교육과정이 입시제도와 연동이 안 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셨다. IB 도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대학 입시 제도하고 연동이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입시 제도와 충돌한다는 점이 제일 현실적인 큰 문제라는 말이다.
IBDP(고등과정) 시험 결과물은 수능을 치른 다음 해 1월에 발표되기 때문에 3학년 수시에 응시할 시점에는 IB 교육내용의 평가가 실질적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이에 수시에 응시하는 친구들은 형평성을 가질 수가 없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현재 '교육과정'보다 '평가'의 문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시(수능) 비율을 수도권 주요 대학 중심으로 해서 40%까지 올려놓았다.
정시 비율이 40%로 거의 절반이다. 사실상 IB 교육과정을 이수한 아이들한테는 대학 입시의 40% 이상의 문은 닫혀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60%가 다 열려 있느냐?
수시모집에서 그렇지도 않다. 수시모집에서 최저 기준 요구하는 대학들이 많다.
논술 전형 같은 경우는 IB 교육과정하고 잘 맞는다고 하지만 그래서 제일 잘 진학할 수 있는 통로인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일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주요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최저 학력 기준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연대, 고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상위권 대학들은 최저학력 기준을 아주 높게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IB 과정 학생들은 수능을 볼수 없다. IBDP의 3주동안 치러지는 시험기간과 수능 시험일이 겹쳐서 최저학력을 요구하는 대학에 응시할 수 없다.
강은희 전 대구시교육감이 수시 가운데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요구하지 않는 전형들을 응시할 수 있도록 말했었다. 그러나 전체 대학 입학 정원을 놓고 보면 최저학력 기준을 반영하지 않는 수시 전형이라고 하면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러면 IB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은 거기에 한정해서 진학을 해야 한다는 대단히 불리한 조건에서 입시를 치러야 한다.
IB의 한계점을 학생 개인이나 학부모가 감당하라고 하기에는 우리나라 입시 현실에서는 가혹하다.
◆ 임태희 경기교육감의 IB 교육 도입에 대한 생각은?
최근 표준화된 교육과정에 대해 미국 진보 학자들이 양심 고백을 하고 있다.
토드 로즈(Todd Rose)가 2018년에 출간한 '평균의 종말'(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The End of Avarage)이 그것이다.
SAT나 ACT 시험은 미국형 수능시험이다. 그런 객관식 선다형 수능 문항 같은 것들은 표준화된 형태다.
미국 진보 학자들은 "이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인정하고 있다.
'평균'이라는 단어를 '평등'이라는 용어로 해석하지만, 사실은 매뉴얼화된 즉 '표준화'된 것으로 이제 종말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학생학급당 학생 수가 많고, 빠른 시간 안에 학생들을 졸업시키고 산업 인재를 길러내야 할 때는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21세기 창의적인 지식 기반 사회에서 창의성을 말할 때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가야지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IB 교육을 경기도교육청 등에서 도입하겠다는 것 자체가 시대 흐름하고도 맞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를 혁신 교육은 이론적인 부분이 좀 빠지고 토론이 중심이 되다 보니 기초학력이 좀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는데 IB 교육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개념에 대한 부분들을 먼저 가르치고 토론을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탄탄한 교육과정이라고 알고 있다.
그것도 말이 안 되는 게 토론 수업도 기본 용어 개념이나 기본 지식을 가지고 토론하지, 아무것도 없이 토론한다고 공격하는 것도 진보 교육이나 혁신교육을 공격하는 잘못된 시각이다.
개인 교육을 먼저 하고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인 뒤에 학생들에게 토론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혁신교육과 IB 교육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지금 우리 교육과정은 혁신 교육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그냥 우리 국가 교육 과정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도 이미 서술형 논술형 평가 방식으로 혁신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 왜 굳이 외국의 서술형 평가 방식을 도입하려고 하는지 살펴봐야 할 문제다.
그리고 현재 IB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경기외고의 경우 대학교에 합격하는 이유는 수업자체가 다 영어로 하기 때문에 그 특수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나 제주, 그리고 만약 경기도 교육청에서 한국어 버전을 하면 특별성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