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원시의회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동참하길 거부하는가?

이 호(더 이음 공동대표,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정은아 | 입력 : 2024/06/02 [11:25]

▲ 이호(더 이음 공동대표,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수원시의회에서 이번에 폐지하고자 예고한 조례 중 「수원시 공정무역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가 포함돼 있다.

 

개인적으로 시민참여 관련한 4개 조례를 폐지하고자하는 수원시 의원들의 움직임에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수원시민이 된 지 만 2년이 채 안 된 시점이지만, 수원시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나 싶은 생각이다. 그렇지만 기왕 수원시민이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수원시의회는 수원시민들의 대의(代議)기관으로서, 수원시민들의 건강한 참여를 보장하고 그 뜻을 행정에 전달해야 하는 것이 핵심적 존재 이유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한 이런 조례들을 한 번에 폐지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 중 공정무역 관련 조례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우리 사회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한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첫 번째 이유는 점차 심화되는 국내 및 국가 간 빈익빈 부익부를 강화하는 추세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이란 이런 문제를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동체적 관계망을 통해 대응하고자 하는 세계적 움직임이다. 혹자는 이를 생산을 담당하는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는 오해다. 

 

공정무역이 추구하는 가치는 비단 가난한 생산자들만을 위한 게 아니다.

 

공정무역은 소비자들에게도 안전한 상품에 대한 믿음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현대의 무역은 가급적 값싸게 생산한 상품을 유통 과정에서 많은 이윤을 남기고 판매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산비가 저렴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비를 저렴하게 낮추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생산자들의 인건비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무역 형태는 생산자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으로 작동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는 개인의 양심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안전한 상품에 대한 욕구는 점차 의구심으로 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안전하지 못한 상품들로 인한 피해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것으로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제대로 된 인건비를 받지 못해 가난할 수밖에 없는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의 건강과 안전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생산자들의 건강한 삶을 고려하지 않는데,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의 건강한 삶을 고려하길 바랄 수 있을까?

 

공정무역은 그런 악순환을 깨고자 세계적으로 시작된 대안 실천 움직임이다. 아직은 이런 공동체 관계에 기반한 무역이 일부에 불과하다. 그래도 세계의 많은 시민들은 이런 대안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에 열심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자구적 노력만으론 힘이 달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많은 국가와 지역정부에서 시민들의 이런 자구적 노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제도를 도입하고 정책을 실현하는 중이다.

 

수원시는 그런 점에서 이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모범적인 사례로 자랑할 만하다. 

 

물론, 아직 그 노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공정무역 제도 및 정책을 보다 강화하는 것은 수원시, 특히 시민들의 대의기관인 수원시의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런데, 수원시의회에서 오히려 앞장서 이 제도를 폐지하려는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조례를 폐지하려는 것의 두 번째 문제점은 수원시의회의 이런 시도가 민관협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민관협치는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질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세계적으로 합의한 개념이다. 

 

그리고 이는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라 불리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해 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많은 정치인들과 학자들 그리고 시민들은 기존의 사회 운영체계가 결코 성공하지 못했음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국가 중심의 사회(주로 공산주의 사회)와 시장 중심의 사회(주로 자본주의 사회)가 그 자체만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는 공감이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합의한 것이 거버넌스, 즉 국가와 시장 그리고 새롭게 사회의 주요한 운영 주체로 등장한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적으로 사회를 운영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수원시의 공정무역 조례와 관련 정책은 그런 민관협치의 취지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시민들이 먼저 자율적으로 시작한 사회 대안 실천에 행정이 힘을 보태기위해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무역 관련된 제도 및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시민들의 주도적 참여는 당연히 관련 행정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원시의회는 이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오히려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법예고를 강행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지향하는 시민들의 실천과 의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로밖에는 비치지 않는다.

 

수원시는 경기도 최대의 도시이고 특례시로 지정된 도시이다. 법으로 특별히 지정된 특례시의 의미는 단지 거주 인구가 많다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다른 지역의 모범이 되어야 내용적으로도 특례시의 위상이 강화될 수 있다.

 

그런데, 공정무역 조례를 포함한 이런 조례들을 강화하기는 커녕 오히려 폐지하려는 것은 건강한 사회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것도 시 행정이 아니라, 시민들의 대의기관인 의회에서 이런 역행적 발상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

 

지금은 비록 몇 명의 의원들에 의해 이 조례 폐지안이 발의되었으나, 수원시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을 폄훼하고 시대적 대안에 역행하는 것이 과연 수원시의회의 의지인지, 단지 몇몇 의원의 잘못된 판단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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